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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눈, 시력

포유류 중에서도 원숭이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동물만이 색채를 구별할 수 있고, 다른 동물은 대부분 색맹입니다. 또한 인간의 카메라 눈은 곤충이 지닌 겹눈에 비해 이미지를 보다 뚜렷하게 맺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눈이 모든 측면에서 다른 동물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독수리나 매와 같은 맹금류의 새들은 높은 상공을 날면서 아주 작게 보이는 지상의 먹이를 정확하게 포착해서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마치 고배율로 확대할 수 있는 원격 렌즈를 장착한 고성능 카메라처럼, 인간의 시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눈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이외의 파장 대역, 즉 근적외선이나 자외선, 편광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시력이 가장 뛰어난 동물은?

조류는 대부분 시력이 뛰어난데, 그 이유는 빠른 속도로 비행해야 하는 특성상 높은 하늘에서 먹이나 천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또한 장애물에 충돌하지 않도록 인지 능력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시력이 발달한 겁니다.
 

타조

타조는 눈 주변에 속눈썹처럼 깃털이 나 있어 모래바람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눈의 가로 길이가 약 5cm 정도로 땅 위의 척추동물 중 가장 큰데요. 눈이 큰 만큼 시력이 무려 25.0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대 가시거리가 20km 정도로 제자리에서 지평선 끝에 서 있는 포식자들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타조의 시력은 42.5m 정도의 거리에서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이라고 합니다.
타조의 눈알은 성인 남성의 주먹만 합니다. 타조의 시력이 우수한 이유로는 눈 속 볼록 렌즈인 수정체가 머리뼈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카 황조롱이

매의 눈이라는 말이 있듯, 매는 시력 좋은 동물의 대명사입니다. 매의 시력은 9.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예로 매과의 아메리칸황조롱이는 18m 높이의 나무에 앉아 땅에 기어가는 2㎜의 작은 벌레까지 찾아낸다고 합니다.
이처럼 매의 시력이 좋은 이유는, 공중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재빠르게 움직이는 사냥감을 사냥하려면 날카로운 반응속도를 지닌 시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물체의 상이 맺히는 황반이라는 부분에 시신경 세포가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데, 인간의 눈은 각기 하나의 황반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매는 앞쪽과 옆쪽을 향한 황반을 각각 두 개씩 양쪽 눈에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매의 황반에는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데, 그 밀도가 인간의 약 5배 정도입니다. 따라서 매는 훨씬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이들을 정확하게, 선명한 총천연색의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는 밝은 빛 아래서는 놀라운 시력을 뽐내지만, 해가 떨어지면 거의 장님이 되고 맙니다. 이는 시세포 중에 밝은 곳에서 작동하는 원추세포만 많고 어두운 곳에서 작동하는 간상세포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독수리

매의 다음으로 시력이 매우 뛰어난 조류는 바로 하늘의 제왕 독수리입니다. 독수리 중에서도 검독수리의 시력은 대략 6.0 정도로 매우 뛰어나 3km의 먼 거리에서도 먹잇감을 찾아내 역동적인 사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큰 눈에서 발휘되는 민첩한 상황판단 능력과 예리함으로 수백 미터 떨어진 상공에서도 먹잇감의 미세한 움직임도 알아볼 수 있어 사냥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린

기린 역시 시력이 매우 좋기로 유명합니다. 시력이 모든 포유류 중에서도 뛰어나 4~7km에 있는 천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물들의 눈

말은 길쭉한 얼굴형에 얼굴 양 측면에 눈이 있어 고개를 따로 돌리지 않아도 350도 방향까지의 주변을 세세하게 볼 수 있는 눈의 특징을 지녔습니다. 지상 포유류 중에서도 가장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파란색과 노란색을 구분하는 2색형 색각을 가지고 있어 사람에 비해 명암 구분에는 둔해도 사물에 대한 분별력이 탁월합니다.
 

적외선을 보는 뱀

뱀의 시력은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만을 볼 수 있습니다. 입체적으로는 물체를 볼 수 없지만, 인간이 볼 수 없는 적외선을 볼 수 있는 눈의 특성을 지녀 최고 시력 소유동물로 꼽힙니다. 뱀의 눈 아래에는 골레이세포라는 특수 신경세포가 있어 이를 통해 적외선을 감지해 사냥감의 움직임을 추적하여 사냥을 하게 됩니다. 가시광선만 볼 수 있는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세상에 뱀은 살고 있는 것입니다.
 

개구리의 세상은 회색빛 안개 세상

개구리는 보통 동물의 눈과 달리 눈동자가 고정되어 있어 움직이지 않는 사물은 볼 수가 없습니다. 개구리의 눈에 처음 들어간 빛은 신경세포를 자극해 신경신호를 만들지만, 같은 신경세포에 계속 빛이 비춰지더라도 연속적으로 신경신호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개구리는 물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으로, 개구리가 보는 세상은 온통 회색빛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개구리 옆에 작은 파리 한 마리가 날아갑니다. 이때 개구리에게 보이는 것은 회색 세상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파리가 전부입니다. 그 파리가 개구리의 시야에서 도망치는 일이 가능할까. 개구리는 쓸데없이 이것저것 보는 대신 필요한 것만 확실히 챙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곤충의 세상은 모자이크 세상

파리의 겹눈

곤충은 홑눈이 아닌 겹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겹눈은 수천 개의 홑눈이 모여서 이루어진 눈입니다. 개개의 홑눈은 각막과 수정체에서 망막세포까지 모두 갖추고 있지만, 그 시력은 지독히 근시입니다. 결국 곤충들은 엉성한 모자이크 세상을 보게 되는 셈입니다. 모자이크 세상에서 움직이는 물체는 그 움직임이 더욱 과장돼 보이기 때문에 어떤 움직임도 놓치지 않습니다. 홑눈이 많을수록 더 또렷하게 보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또한 나비와 꿀벌을 비롯한 여러 곤충들은 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꿀벌은 해가 구름에 가려도 해의 위치를 쉽게 알아냅니다. 나비도 꽃에서 반사된 자외선을 잘 봅니다. 특히 꿀샘은 자외선을 잘 반사해 나비와 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영장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색깔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대표적으로 개는 빨강과 파랑은 구별하지만 빨강과 노랑은 구별하지 못합니다. 사실 개가 보는 세계는 시각과 후각이 섞인 세계입니다. 개는 냄새로 사람을 구별합니다.
그러나 개는 간상세포의 비율이 사람보다 높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사람보다 훨씬 더 잘 볼 수 있고, 인간보다 시력이 나쁘지만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빠르게 반응을 보입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반응해 개가 흥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맹인 안내견이 신호등에서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는 이유도 신호등 색을 구별해서가 아니라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신호등에 불이 들어오는 위치를 보고 사람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파란색과 노란색만 인식하고,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개의 특성을 활용해 ‘도그 TV’를 방송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고양이는 밤에 사람보다 훨씬 밝은 세상을 봅니다. 밝은 곳에서 본 고양이 눈동자는 세로로 길쭉하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활짝 열립니다. 밤이 되면 카메라의 조리개를 열어 빛을 많이 받아들이듯 고양이 눈은 밤에 사람보다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고양이 시력은 사람보다 수십 배 높습니다.
 

올빼미

대부분 새는 눈이 머리 양옆에 붙어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물체는 오른쪽 눈으로, 왼쪽에 있는 물체는 왼쪽 눈으로 봅니다(단안시). 눈이 각각 다른 곳을 볼 수 있어 시야는 넓지만 입체감, 거리감을 파악하는 기능은 떨어집니다. 사람은 두 눈이 머리 앞쪽에 나란히 붙어 있어(양안시) 시야는 좁지만 물체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물체까지의 거리도 정확하게 가늠합니다.
반면 올빼미는 눈이 얼굴 앞쪽에 몰려 있어 두 눈이 각각 옆을 보게 되어 있는 다른 새와는 달리 두 눈이 앞을 봅니다. 두 눈의 시야가 서로 겹치는 중심 70도에는 사물의 거리를 정확히 판단하는 입체시가 매우 좋습니다.
각막이 상대적으로 크고, 밤에는 홍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확장되어 최대한 빛을 받아들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먼 것을 보는 능력이 사람보다 100배나 탁월합니다. 상대적으로 색각을 담당하는 원뿔세포(cone cell)은 사람보다 덜 예민하지만 다른 야간 생물과는 달리 낮에도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눈이 소켓 속에 매우 단단히 박혀있어서 눈을 움직이지 못하는데, 대신 목이 자유자재로 돌아가서 머리를 135도나 돌릴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눈을 고정시키면 한 눈으로 120도를, 두 눈으로 185도를 볼 수 있는데, 눈이 움직일 수 없게 고정되어 있는 올빼미는 한 눈이 50도를, 두 눈이 125도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빼미는 목을 수평으로 270도, 수직으로 90도 돌려가며 보고 있습니다.
 
또한 심한 원시라서 먼 것을 매우 잘 볼 수 있지만 몇 cm 눈앞의 것은 잘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잡은 먹잇감은 부리와 다리에 있는 머리카락과 같은 털(filoplumes)이 더듬이 역할을 하여 감지합니다.
 

편광을 보는 갯가재와 사하라사막개미

갯가재

갯가재와 사하라 사막개미는 편광을 볼 수 있습니다.
갯가재의 눈은 매우 독특해서 인간이 도저히 볼 수 없는 것들을 충분히 감지하고 구별해 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눈은 빨강, 파랑, 초록이라는 빛의 삼원색에 기반한 시각 요소를 지니고 있고, 이 세 가지 색을 조합하여 다른 색상들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갯가재는 무려 16개의 시각 채널을 가지고 있어서 근적외선과 자외선도 보고 인간보다 훨씬 많은 색을 인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빛의 편광마저도 구별해낼 수가 있습니다.
몸 밖으로 눈이 돌출되어 있는 갯가재는 두 눈을 각각 따로 굴릴 수가 있는데, 빛의 특정 편광 각도에 맞도록 눈 안의 광수용체를 정렬함으로써 편광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갯가재는 편광을 인식함으로써, 빛이 부족한 심해에서도 물체를 보다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갯가재는 이런 능력으로 바닷속에서 먹이를 찾고 다른 개체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페로몬으로 길을 찾는 다른 개미들과 달리(사막에서는 휘발성 페로몬이 금방 말라버리기 때문에)  사하라 사막개미(학명 Cataglyphis bicolor)는 먹이를 찾으러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발걸음의 수를 세어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방향은 하늘을 보고 햇빛의 편광 패턴을 감지하여 알아낼 수 있어서, 이동 거리와 방향을 조합하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사막개미의 겹눈이 일종의 센서나 편광필터처럼 작용하여, 햇빛의 편광 패턴을 측정하여 감지해 내는 것입니다.
 
이런 갯가재와 사하라 사막개미의 능력을 응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류

어류의 시야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와 많이 다릅니다. 대부분의 어류는 눈이 머리의 양쪽에 한 개씩 달려 있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어류의 한쪽 눈으로는 180도의 시야까지 볼 수 있으며, 양쪽 눈으로 볼 때는 360도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치 세상이 360도로 둥글게 구부러진 렌즈를 통해 보는 것 같은 이미지입니다.
 

두더지

포유류이지만 시력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두더지입니다. 두더지는 평생을 깜깜한 땅속에서만 살기 때문에 시력 자체의 의미가 없고 활용 빈도가 낮아서 시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눈은 거의 제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다만, 시각 대신 촉각이나 후각, 청각 등 다른 감각이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인간보다 뛰어난 시력을 가진 동물들은 각자마다 생존을 위해 발달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 역시도 몽골인이나 이누이트들은 탁 트인 넓은 곳에서 생활해 시력이 좋은 반면 비좁은 곳에 살고 있는 홍콩인들은 시력이 안 좋은 것처럼.